택시로 흥(興)한 르노삼성, 결국은...

  • 입력 2012.07.06 10:1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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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삼성그룹은 당시 정부와 재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삼성자동차를 출범시킨다. 과당 경쟁이 우려된다는 것이 반대의 표면적 이유였지만 이 보다는 기존 업체들의 견제가 더 컸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삼성자동차는 1998년 SM5를 출시했다. 당시 SM5는 닛산과의 기술제휴라는 장점과 삼성브랜드의 파워로 월 5000대 이상 판매되는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

그러나 1997년 시작된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했고 결국 2000년 프랑스 르노그룹에 인수된다. 사명은 삼성 브랜드를 조합한 르노삼성차로 변경했다.

르노삼성차로 사명을 바꾼 이후 엄청난 재고로 쌓인 SM5를 처분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짜낸 전략은 택시 모델 판매에 주력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이 전략을 추진했던 르노삼성차의 전 임원은 "대단한 반응이었다. 타이밍 체인으로 부각된 내구력, 클래식한 인테리어, 정숙한 승차감 등 택시 모델에 적합한 상품성이 알려지면서 불티나게 팔렸고 몇 개월만에 모든 재고를 소진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택시는 한 때 시장점유율이 40%(개인택시)에 육박하면서 현대차를 위협할 정도였다. 택시로 시작된 구전효과는 곧 일반인에게도 퍼져 나갔다. 그리고 '충성고객'이 생겨날 정도로 르노삼성차는 최근 10여년간 폭풍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택시 판매는 2004년 이후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03년까지 20% 중반대를 유지해왔던 택시 시장점유율은 2005년 18%대로 떨어졌고 신형 SM5가 출시된 2007년에는 11%대까지 추락을 하고 만다.

지난 6월 SM5 택시 판매는 단 72대에 불과했다. 점유율은 2.8%. 직전까지 월 평균 120대가 판매됐던 것과 비교하면 폭락 수준이다. SM5 택시가 극도의 부진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신형 모델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하기 시작한 2007년부터다.

르노삼성차가 닛산 티아나를 베이스로 만들었던 기존 차량과 달리 르노의 라구나를 베이스로 만든 3세대 뉴 임프레션 택시 모델이 말썽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택시업계는 집단으로 반발했다.

SM5 임프레션 택시 모델에서 발생하는 결함도 내용이 심각했다.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엔진의 배기밸브 결함으로 엔진오일의 양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출력이 감소하고 오르막길을 제대로 오르지 못하는 등 택시용도로는 도저히 운행이 불가능한 치명적 결함이 계속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1년 9월, 부산지역 택시 사업자들이 집단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불매운동 등으로 반발하자 르노삼성차는 진통끝에 결함이 발생한 택시 차량의 전면수리와 함께 엔진오일 교환비용을 내리고 무상보증기간을 20만km에서 40만km로 연장하는데 겨우 합의를 했다.

그러나 같은 결함이 계속 발생하면서 부산지역 이외에 대전, 대구 택시사업자들도 집단으로 반발하기 시작했고 최근까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2년 사이에 엔진을 두 번이나 교체한 사례는 물론, 수리를 한 이후에도 같은 결함은 계속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르노삼성차의 안일한 대응도 불만을 키우고 있다. 같은 결함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리콜이나 전면 수리 등의 적극적인 대처보다는 이를 소비자의 관리 잘못으로 전가시키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에만 수리를 하는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SM5 뉴 임프레션 택시를 구입한 정 모씨(54세, 경기도 김포)는 “주변의 동료는 물론이고 손님한테도 절대 르노삼성차를 권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르노삼성차의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했던 택시사업자들이 이제는 정 반대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르노삼성차가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늦은 듯 싶다. 한 때 현대차를 위협했던 택시 판매는 지난 달 시장점유율이 2.8%로 떨어졌을 만큼 극도의 부진에 빠졌고 전체 내수 판매 순위마저 쌍용차에 밀려 꼴찌로 추락했다.

한 때 홍보대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택시업계의 변심이 어디서부터 왜, 시작됐는지 르노삼성차는 주목해야 한다. 르노삼성차의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최대 공신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그 여파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여과없이 '구전효과'로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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