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상실한 '수입차협회', 한국시장이 폐쇄적?

  • 입력 2012.07.18 11:5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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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987년, 메르세데스 벤츠 한 개의 브랜드, 단 10대 판매로 시작한 수입차 시장이 25년만에 연간 10만대가 넘는 거대한 규모로 성장했다. 자동차 시장이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는 올해에도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은 10% 달성이 유력하다.

지난 17일, 수입차 브랜드 16개사로 구성된 한국수입자동차협회(회장 정재희 포드코리아)는 회원사와 기자들을 모아놓고 이를 자축했다. 지난 세월, 한국의 부당한 법규와 차별적 대우,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했다는 자화자찬과 함께 여전히 폐쇄적인 한국 시장에서 앞으로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이날 기자들을 어이없게 만든 것은 이익단체인 협회가 한국 시장을 폐쇄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KAIDA 미디어 어워드(KAIDA Media Award)'를 제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우선 한국 시장을 폐쇄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에 동의하기 어렵다. 미국과 유럽, 심지어 중국도 자국 고유의 정책을 통해 적절하게 산업을 통제하고 있다. 유럽의 강력한 환경규제, 미국의 까다로운 안전규제는 물론이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소비억제 정책과 수요 관리로 각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애를 먹고 있다. 그것도 수시로 바뀌고 있다.

최근 현대차가 차량 부식으로 곤욕을 치르는 이유도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하면서 비롯된 일이다. 어찌보면 한국처럼 수입차에 관대한 나라도 드물다. 한국 소비자들을 앝보고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으로 차를 팔고 형편없는 서비스를 제공해도 소비자들은 여건만 된다면 수입차를 사고 싶어한다.

국산차와의 차별 정책도 딱히 집어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도대체 뭐가 폐쇄적이고 차별이라는 것이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미국, 유럽과의 FTA로 시장은 완전 개방됐고 수입차에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하거나 국산차와 다른 인증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아닌데 폐쇄적이라니.

이익단체가 자신들을 비판해야 할 의무가 있는 언론을 대상으로 상을 주겠다는 발상도 어이가 없다. 지금까지 들어 본적도, 언론의 기능을 봐서도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자기 입맛에 맞는 기자들을 골라 상을 주고 그런 경쟁을 부추기겠다는 얄팍한 술수로 밖에 이해하기 어렵다.

협회는 당장 사과하고 그런 아이디어가 누구에게서 나왔는지 따져 볼 심각한 일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럴일도 없겠지만 나는 심히 불쾌하게 수치스러운 그 상을 거부할 것이다.

수입차의 성장이 기형적이라는 점도 반성해야 한다. 수입차 시장이 지난 25년 동안 괄목할 성장을 했지만 지나친 편식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전체 수입차 판매는 작년보다 25% 늘어난 6만2239대. 그러나 이 가운데 4만4698대(71%)는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과 아우디, 도요타의 몫이다.

전체 16개 회원사 가운데 단 5개 회사가 수입차 성장을 주도하고 있고 나머지는 그야말로 쓰러지기 직전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수입차 시장 개방 25주년을 기념하는 이날 행사는 현재의 상황을 반성하고 현재 소비자들이 수입차에 갖고 있는 불만, 부정적인 인식들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그리고 실적이 부진한 나머지 회원사들에게 대안을 찾아주는 자리가 됐어야 옳다.

이날 행사는 여전히 수입차 업자들이 한국의 정부와 시장, 소비자, 언론을 얕보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 계기가됐다. 되먹지도 않게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기자들을 멋대로 평가해서 상을 주겠다는 황당한 계획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잔치를 벌여 놓고 되려 수입차 협회의 존재감은 크게 상실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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