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트 잡고 유럽 넘고 국내 시장 바꿀 'i40'

세마리 토끼 다 잡는다...크로스오버 세단 한계극복 할까

  • 입력 2011.09.03 09:2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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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개척시대, 포장마차와 역마차에서 유래된 왜건(Wagon)은 세단의 루프를 자동차의 뒷부분까지 길게 설계해 트렁크를 실내로 통합하고 시트 베리에이션을 통해 활용성과 화물 적재능력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독특한 디자인과 기능, 활용성을 무기로 왜건형 모델은 뛰어난 공간 활용 능력으로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가장 대표적인 패밀리 세단으로 인기를 누려왔다.

현대차도 이 같은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그 동안 왜건과 이와 유사한 해치백 모델을 꾸준하게 개발하고 해외와 국내 시장에 선을 보여왔다.

그러나 현대차의 왜건과 해치백에 대한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특히 해외와 달리 국내 시장에서는 나오는 모델마다 부진에 빠지는 실패를 거듭해왔다.

지난 2007년 출시된 ‘i30’는 첫 해 월 평균 2000대를 판매하며 비교적 성공적인 출발을 했지만 이듬해 3만대로 고점을 찍은 후 부진에 빠지더니 지난 해에는 9100여대, 올해에는 월 평균 500여대를 넘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반면, 수출은 2008년 9만1000대, 2009년 9만5000대, 지난해에는 11만3000대로 증가했고 올해에는 지난 7월 현재 5만5000대의 실적을 올리며 꾸준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해외 시장과 달리 정통 세단과 SUV에 대한 보수적 취향으로 왜건, 해치백 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차는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또 다시 ‘i40(아이포티)’로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왜건이 아닌 ‘크로오버 세단’으로 불러주기를 강력하게 원하는 현대차의 바람, 그리고 현지 시장 점유율 3%의 벽을 넘기 위해 철저하게 유럽 현지의 트렌드에 맞춰 개발된 i40가 그 동안 명멸했던 동급의 모델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체험해봤다.

 

같은 듯 다른 듯...한국형으로 변신=올해 3월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처음 공개된 i40은 현대차가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연구소와 디자인센터가 개발의 주역을 담당했다.

디자인과 동력성능, 사양의 구성 등 제품의 모든 개발 컨셉이 유럽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도록 설계됐지만 부산에서 열린 크루즈 선상에서 공개된 i40는 부분적으로 한국 시장에 맞도록 일부 사양이 변경됐다.

전면부의 라디에이터 그릴에 크롬바가 추가됐고 수직에 가까운 유럽 버전의 리어범퍼와 달리 국내 안전기준에 맞춰 돌출돼있어 전장 사이즈는 45㎜ 더 길게 디자인됐다.

이 때문에 i40의 스타일은 베이스 모델인 쏘나타의 전장(4820㎜)보다 조금 짧은 4815㎜이지만 뒷 부분까지 이어진 루프와 어울려 더 없이 날렵하게 보이는 사이드 뷰어가 단연 압권이다.

독수리의 눈을 연상케 하는 형상과 좌우 방향각은 물론 속도에 따라 빔의 세기까지 조절하는 풀 어댑티브 HID 해드램프가 적용된 전면부와 심플하면서도 모던한 후면부도 왜건 특유의 듬직한 이미지를 충분하게 담고 있다.

다만 눈에 익숙한 듯한 후면부는 기존의 유럽 경쟁 모델과 크게 차별화된 특징을 발견하기 어렵다.

 

최대 1700ℓ의 수납공간...모던 플로우 인테리어=현대차는 i40가 세단과 크로스오버, 그리고 왜건의 장점을 고루 결합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세단과 같은 승차감, 왜건의 활용적 가치와 함께 크로스오버와 같은 성능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i40의 여러 기능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것은 실내공간의 구조다.

뒷 열 시트를 폴딩하면 최대 1700ℓ까지 화물 적재가 가능한 러기지룸과 화물의 파손이나 흔들림을 방지할 수 있는 러기지 레일 시스템, 운전석과 동승석에 적용된 10WAY 전동시트, 주차조향 보조시스템과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 등 기능과 활용성을 보조하는 다양한 편의 사양들이 빼곡하게 들어있다.

현대차는 이와 같은 사양의 고급화를 감안하면 다소 높다고 생각하는 가격(가솔린 기준 2835만원~3075만원)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도 90㎞의 짧지 않은 시승 코스에서 피로감을 느끼지 않았을 정도로 시트에 대한 만족감이 매우 큰 것도 i40의 장점이다.

물결이 치듯 리듬감을 살린 크래시 패드 라인과 비대칭으로 설계된 센터콘솔, 적절하게 가미된 크롬 내장재 등은 단조롭게 여겨질 수 있는 있는 실내 전체 분위기를 고급스럽고 안정감있게 잡아줬다.

그러나 대시보드의 센터 부분에 노출된 내비게이션의 SD카드는 다소 생뚱맞았다.

유럽 취향에 맞도록 설계된 탓인지 각종 버튼류의 조작에는 조금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했고 뒷열 시트의 폴딩에 많은 손이 가는 것도 조금은 불편했다.

 

주행능력은 만족, 가속력은 평범=시승차는 가솔린 2.0GDI 엔진을 장착한 모델로 최고출력 178마력에 최대토크 21.6㎏.m, 연비 13.1㎞/ℓ의 제원을 갖고 있다.

현대차가 공들여 만든 시승코스에는 고속도로와 굽이굽이 경사로가 이어지는 지방도로를 포함한 왕복 180㎞에 달했다.

이전과 달리 넉넉한 시간과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셈. 사이즈가 조금 줄어든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휠 사이즈로 전달되는 그립감이 매우 뛰어났고 이미 설명한 것처럼 시트의 촥좌감과 후방 시야도 왜건형 모델치고는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현대차가 자랑한 것처럼 액티브 에코 모드와 스포츠 모드, 일반주행모드 3개 패턴의 시승에서 i40의 달리는 능력은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하다.

스포츠 모드의 고속 주행에서도 추월을 위한 급가속 반응은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했던 쏘나타보다 부족했고 특히 경사로를 오를 때는 토크의 한계를 실감하기도 했다.

그러나 윈드노이즈와 로드노이즈, 엔진의 부밍음 등이 효과적으로 차단되면서 실내의 정숙성이 매우 뛰어났고 코너링에서의 안정감 있는 주행과 적절한 수준으로 튜닝이 이뤄진 서스펜션의 만족감도 높았다.

 

현대차는 i40가 유럽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폭스바겐의 파사트를 넘어서며 유럽 시장에서의 한계를 극복하는 첨병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승 후 대부분의 기자들은 디자인과 활용 가치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줬지만 주행 능력에 대해서는 큰 점수를 주지 않았다.

i40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유럽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국내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해 나갈지 기대된다.

정몽구 회장이 사전 시승 평가에서 임원진이 “연간 10만대 판매가 목표”라고 말하자 “이 좋은 차를 10만대만 판다고? 10만대 더 팔아”라고 했다는 자신감이 보태진다면 그 가능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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