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차량 기술 ‘우물 안 개구리’

선진국 수준에 한참 뒤져...정부 정책, 지원 편중도 한 몫

  • 입력 2011.09.05 18:1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요타 프리우스로 시작된 세계 자동차 업계의 친환경차 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고 화석연료의 고갈과 경기의 부진, 여기에 소비자들의 환경의식 고조와 경제적 가치를 우선하는 트렌드의 변화로 연비가 우수하고 오염물질의 배출량이 적은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중이 큰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그 동안 미국과 유럽 등의 강화된 환경규제에 대응하고 생존을 하기 위해 친환경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일본과 유럽 등 경쟁 메이커에 비해 아직은 기술적 수준에서 한참을 뒤쳐져 있다.

출력을 낮추고 연비 성능을 높이는 다운사이징은 이미 한계점에 왔지만 아직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모델은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준중형급 LPI 하이브리드(아반떼와 포르테)에 이어 중형급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했지만 아직까지 시장 반응은 밋밋하다.

최근 만난 한 전문가는 “현대·기아차가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그리고 연료전지차 부문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하고 있지만 한 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그는 “하이브리드 카와 전기차의 상용화는 이미 일본과 미국 업체들이 선점을 했고 가장 대표적인 미래 친환경차로 인식되고 있는 연료전지차도 시범운행 단계를 지나 상용운행을 시작한 업체가 있다”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친환경차 기술은 누구를 따라가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우 런던올림픽에 대비 총 15대의 블랙-캡 연료전지차를 운행하는 등 본격적인 대중화시대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이 높기는 하겠지만 10년 이내에 전기차와 연료전지차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시기가 온다는 것이다.

김철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전기차냐 클린디젤이냐 하는 논란이 있지만 연료의 고갈, 그리고 비용과 충전 등의 문제로 이들 모델이 내연기관을 완벽하게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자원 고갈의 염려가 없는 연료전지차가 미래 자동차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식 영국 러프버러 대학 교수도 “영국의 연료전지 기술은 3.7㎏의 수소로 500㎞를 주행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는 한국 업체들이 현재 수행하고 있는 테스트 버전의 모델보다 3배 이상의 효율성을 갖춘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시 말해 전기차와 연료전지차 등 대표적인 미래 핵심 차종의 경쟁에서 이미 상당 수준 뒤쳐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전기차 개발 업체의 한 임원은 “중소기업은 물론 해외 선진 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특정업체가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예산 지원 등 모든 정부의 정책이 현대·기아차로 편중되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경쟁을 통한 기술개발이 이뤄질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한 완성차 업체의 친환경차량 개발 담당 임원은 “정부 시범사업 참여는 물론 예산 지원에서도 차별을 받는 일이 많다”고 토로하고 “모 기업을 놓고 보면 절대 뒤지지 않는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국내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돼 있지만 장벽이 만만치 않아 아예 포기를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수한 해외 업체의 국내 진출을 제한하지 말고 개발능력이 충분한 중소업체를 발굴 지원함으로써 개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앞으로 10년, 아니 그 이상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