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프렌치 감성 물씬 '푸조 뉴 408', 성수동 MZ "평범한 것에 진절머리"

  • 입력 2023.05.30 09:4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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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이 돌아왔다". 4년 전 한국을 방문한 장 필립 임파라토 당시 푸조 CEO는 신차 수요 절반을 막 넘어선 SUV 기세가 꺾이고 다시 세단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환경규제 강화로 연료 효율성이 좋은 세단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무엇보다 그는 "세단만 가질 수 있는 매혹적 디자인을 푸조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예언은 빗나갔다. 환경규제는 전기차가 대안이 됐고 내연기관은 SUV로 수요가 몰렸다. 거대한 동맹 '스텔란티스'가 결성된 이후 푸조의 선택도 다르지 않았다. 올해부터 전 라인업 전동화 모델 추가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출시하는 신차는 세단과 SUV 어느 장르로 구분하기 모호한 것들이 많아 졌다.

푸조가 오랜만에 한국 시장에 투입한 신차 '푸조 뉴 408' 역시 SUV와 세단을 버무린 차다. 세단에 가까운 외모를 하고 있지만 C 필러부터 트렁크로 이어지는 라인, 실내 공간은 해치백다운 구성을 한 모델이다. 그러면서도 프랑스 특유의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시승 출발지인 성수동에서 젊은 층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커플도 푸조 408이 세단이냐 해치백이냐를 놓고 가벼운 설전을 벌였다. 짧은 논쟁에서 세단으로 결론을 났지만 "색깔 진짜 멋있다. 안에 봐 저거 3D, 차박하기 좋겠는데...진짜 요즘차 다 똑 같애, 진절머리 나지 않냐"라며 쉽게 408 곁을 떠나지 못했다. 

그만큼 푸조 408은 자동차에서 멋스러움이 아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슬림한 헤드라이트와 사자의 송곳니처럼 날카로운 주간 주행등, F1 머신을 연상하게 하는 에어 덕트, 미려한 패턴을 사용한 라디에이터 그릴의 전면부가 그 중 하이라이트다. 레이더가 숨겨져 있는 새로운 사자 머리 앰블럼도 패턴의 조화로움도 뛰어났다.

전고가 일반적인 세단과 비교해 50~70mm 정도 높지만 눈에 확 띄는 차이가 아니다. 덕분에 패스트백 스타일 세단의 날렵한 실루엣이 측면에 녹아 있다. 전장은 4700mm로 C 세그먼트 세단의 평균 길이에 미치지 못하고 엉덩이 쪽이 바싹 치켜 올라가 있어 새로운 장르로 봐야 한다.

대신 축간거리는 2790mm로 전장 대비 여유롭게 확보했다. 후면에는 독특한 모양의 루프 스포일러 '캣츠 이어'가 보인다. 헤드라이트와 같은 모양을 한 테일 램프와 간결한 테일 게이트, 역동적인 디퓨저로 마감했다. 테일 게이트를 열고 2열 시트를 젖혀 추가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536ℓ, 2열 폴딩 시 1611ℓ다

실내 역시 프랑스 감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D 컷 이상 헥사곤 정도로 굴곡이 많은 작고 두터운 스티어링 휠 너머에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클러스터의 기능을 버무린 헤드업 3D 클러스터가 우선 보인다. 헤드업 3D 클러스터는 운전대를 최대한 낮춰야 잘 보였다. 체형에 따라서는 운전 자세를 맞추기가 애매할 것으로 보인다.

3D로 표시하는 헤드업 3D 클러스터도 혼란스러웠다. 10인치 센터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을 연결해야 기능을 다한다. 선 없이 블루투스로 연결해 애플 카플레이 &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스마트폰 미러링이 가능해 사용 편의성은 나쁘지 않다. 센터패시아에는 공조, 전화, 미디어 등 자주 사용하는 버튼류만 노출돼 있다.

앰비언트 라이트, 공기 정화 시스템 클린 캐빈(GT 트림), 1열 마사지 시트, 첨단안전운전보조 시스템(ADAS), 풀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GT 트림) 등 편의 및 안전 사양도 잘 갖춰놨다.

이런 것들보다 일상적인 자동차의 레이아웃을 과감하게 틀어버린 것이 더 인상적이다. 운전석에서 동승자석으로 살짝 경사를 준 대시보드, 또 같은 쪽으로 폭이 넓어지는 에어벤트, 도어 안쪽, 콘솔부, 하다못해 글로브 박스 라인까지 반듯하거나 획일적으로 끝낸 것이 없다. 모양을 틀거나 폭을 조절하거나 기울기로 멋을 부렸다. 프렌치 감성답다.

외관과 실내의 멋스러움이 성능까지 연결되지는 못했다. 푸조 뉴 408에는 1.2ℓ 퓨어테크 엔진에 8단 자동 변속기를 맞물려 최고 131마력과 최대 23.5kg·m를 발휘하는 파워트레인을 탑재했다. 낮은 배기량으로 준중형 이상의 파워트레인 성능 제원을 갖춘 것이 놀랍지만 실제 주행에서 체감하기는 어렵다.

발진과 가속이 답답하고 사운드도 거칠다. 스포티한 감성과 거리가 있지만 운전은 편안하다. 시트 위치를 잘 잡으면 시야가 좋고 스티어링 휠을 잡고 돌릴 때 피드백도 뛰어나다. 적당한 무르기를 가진 서스펜션 감성도 나쁘지 않다. 시승 연비는 인증 수치(12.9km/ℓ. 복합 기준)보다 월등한 14km/ℓ대가 찍혔다. 연비와 주행 감성으로 보면 도심이나 고속도로 모두 차분한 용도에 적합하다.

[총평]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푸조 뉴 408을 가장 먼저 출시한 이유에 대해 린다 잭슨 푸조 CEO는 "푸조 408은 브랜드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차"라며 "한국인의 높은 창의력과 연결성이 높다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략할 주요 타깃으로 젊은 층을 지목하기도 했다. 푸조 408의 독특한 디자인 컨셉에 20~30대 감성을 자극할 요소는 충분했다. 주행 질감에 다소 아쉬운 것은 있지만 평범한 것에 진절머리를 치는 MZ 세대에 특히 그렇다. 성수동 목 좋은 곳에 전시한 푸조 408이 관심을 끈 것도 '옵세션 블루’의 감각적 컬러와 처음 보는 장르라는 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판매 가격은 알뤼르 4290만원, GT 46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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