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인도네시아 시장 성장 기회 놓치나

김 필 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입력 2013.03.10 09:27
  • 기자명 오토헤럴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면적, 부존자원 등 여러 면에서 세계 5위권에 이르는 잠재력을 지닌 나라이다. 특히 동남아 시장의 기준을 제시하는 나라로서 앞으로의 잠재력은 가히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산업분야에서 성장가도에 진입하면서 세계 선진국에서 너도나도 진출할 정도로 활성화가 본격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포스코, 한국타이어 등 굴지의 기업이 본격 진출하면서 시장 점유율 높이기 위한 포석을 시작하였다고 할 수 있다.

LG전자나 삼성전자 등 우리의 가전제품과 스마트폰도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 성장가능성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광범위하고 파생효과도 큰 산업을 꼽으라면 아마도 자동차 산업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이미 국내 자동차 산업은 양적이나 질적 측면에서 세계 수준급으로 성장하여 국내 경제를 이끄는 쌍두 마차의 하나가 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 각 곳에서의 자동차 산업의 성장이 국내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정도로 중요한 분야가 되었다. 이미 전통적인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 시장은 포화되었고 중국이나 인도 등도 치열한 점유율 전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새로운 제 3 시장에 대한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임무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글로벌 기업이 사활을 걸고 있다는 뜻이다. 이 시장 중 가장 중요한 시장이 동남아 시장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 시장은 앞서 언급한 대로 기하급수적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필자는 몇 번에 걸쳐서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한 가능성과 의미를 지적하였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일본은 이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장 전략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 자동차 분야의 약 90%를 석권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륜차의 경우도 인도네시아 시장만 약 800만대에 이르는데 역시 약 90%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시장이 점차 커지는 만큼 더욱 철저하고 검증된 시스템을 가미하여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고심을 하고 있을 정도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관련 세미나가 일본에서는 많이 있을 정도로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일부 분야에서는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나 유독 자동차 분야만큼은 극히 제한된 점진적인 상승에 만족하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현대차 그룹은 완전한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벌써 2~3년 전에는 무언가 진행했어야 하였다는 것이다.

올해 예상되는 인도네시아 신차 시장 규모는 약 125만대이다. 올해 현대차는 약 8천대를 판매할 예정이다. 점유율 약 1%도 밑도는 수치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내에 현대차 그룹 공장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있어도 완성차에 가까운 소규모 조립 공장이다. 가격적, 현지 적응력 측면에서 현지 부품의 글로벌 소싱이 없는 실정에서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현지에 맞는 모델이 없는 상태에서는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장 훌륭한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이러한 상태에서는 인도네시아 시장은 물론 전체 동남아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놓치는 크나큰 실수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6~7년 전부터 진행되는 현지 코린도 그룹과의 상용차 소송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측면에서 현대차 그룹이 고민해야 할 사항을 간추려본다.

우선 투입 차종의 한계이다. 인도네시아 시장은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 소형급 다목적 승용차이다. MPV(Multi Purpose Vehicle)를 말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카니발이나 스타렉스 같은 여러 명이 탈 수 있는 다목적 밴 스타일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아직 도로상황이 좋지 않고 갑작스런 폭우 등으로 인하여 차고가 높아야 유리하며, 여러 세대가 함께 탈 수 있는 다목적 자동차가 최고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차종은 도요타의 아벤자 같은 차종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이다. 현재 이러한 유사 차종의 투입이 없는 실정이어서 소비자가 선호하는 차종이 없다는 뜻이다. 둘째로 좌측 운전대(LHD)의 구조를 가진 우리의 실정에서는 우측 운전대 시장인 인도네시아에 실시간으로 많은 양의 차종을 투입할 수 있는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완성차의 입장에서는 인도네시아에 높은 관세 등을 고려하면 현지 생산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현지 공장의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로 약 6~7년 전 현대차 상용 트럭을 부품으로 공급하고 현지에서 조립, 생산, 판매 및 애프터서비스를 담당하던 코린도 그룹과의 불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코린도 그룹은 한국인이 세운 인도네시아 굴지의 그룹으로 인지도가 높은 그룹이다. 현대차 그룹과의 문제는 이미 작년 2천억 원 소송으로 비화되어 진행 중에 있는 실정이다. 현대차의 저가형 중국산 변속기 공급 등으로 인한 신차 고장 등 문제의 발단을 현대차그룹이 제공한 만큼 코린도 그룹과 원만한 해결을 하여 인도네시아 진출에 대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신뢰성이 높은 코린도 그룹과의 해결점을 찾지 못한다면 인도네시아 진출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미 신뢰도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이 현지에서 부정적인 시각도 커지는 만큼 하루속히 해결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 19일 로이터 통신에는 현대차 그룹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기회를 잃고 있다는 기사가 실리면서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2020년 자동차 대국이 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거론되고 있다. 그 만큼 시장성도 크고 성장가능성은 향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를 기반으로 하는 동남아 시장을 현대차 그룹이 잃는다면 세계 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을 잃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의 성장 입지도 줄어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회가 저물고 있다. 빠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