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세상 '트립(Trip) 컴퓨터'

  • 입력 2013.12.23 23:1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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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에서 짠돌이로 소문난 나씨. 매일 차계부를 적으면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아무래도 연비다. 기름을 넣을 때마다 거리를 따져 연비를 계산했던 나씨는 요즘 계기판에 있는 작은 창, 트립(Trip)컴퓨터로 연비 정보를 얻고 있다.

"알아서 주행거리하고 연비가 다 표시되니까 일일이 계산할 필요도 없고...저기 표시되는 순간 연비 보면서 수치를 높이는 재미까지 있어서 아주 유용하다"는 것이 나씨의 설명. 연비의 정확도는 차계부로 계산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권 모(대전시)씨는 그러나 트립 컴퓨터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는 "제조사들이 실연비를 높이기 위해서 트립 컴퓨터가 낙관적으로 계산되도록, 그러니까 모니터에 표시되는 수치를 조금 높게 설정 한 것 같다. 따라서 정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트립 컴퓨터 제조사인 덴소코리아오토모티브 관계자는 "두 사람의 의견이 모두 맞다"고 말했다. 트립 컴퓨터의 정보는 절대적으로 신뢰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설정을 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똑똑한 트립 컴퓨터=자동차에 적용된 수 많은 전기, 전자 장치 가운데 트립 컴퓨터는 가장 유용한 시스템이다. 자동차가 얼마나 주행을 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달릴 수 있는지는 물론이고 요즘에는 순간연비와 평균연비를 표시해 경제운전을 돕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최근에는 더 다양한 정보들이 트립 컴퓨터에 담겨지고 있다. 기존의 운행 정보와 함께 각종 편의장치의 설정, 오디오, 정비, 길안내 등 센터페시아에 고정적으로 배치됐던 많은 기능들이 자리를 옮기고 있다.

자동차 도어, 오토 도어락, 외부 라이트의 작동까지 원하는 타입으로 설정이 가능하고 텍스트나 숫자만 보여줬던 모니터는 최근 들어 화려한 그래픽과 각 사마다 독창적인 비쥬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운전 중 센터페시아로 연결되는 동선을 줄여 스티어링에 배치된 리모트 컨트롤을 통해 시선이나 동작을 크게 분산시키지 않고 조작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안전운전에도 도움이 되는 이유다.

트립 컴퓨터의 수 많은 기능 가운데 운전자들의 사용 빈도가 가장 많은 것은 연비와 관련된 것들이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신차 대부분이 순간연비와 평균연비 정보를 제공하면서 많은 운전자들이 경제운전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60년의 역사, 끓임없이 진화=트립 컴퓨터의 기원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웨덴의 택시 미터기 제조업체가 처음 트립 컴퓨터를 만들어 장시간 운전에 유용한 주행거리 등을 제공한 것이 최초로 기록돼 있다.

일반인들이 만난 트립 컴퓨터는 1958년 사브 GT750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트립 컴퓨터에는 주행거리와 연비 등을 제공하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후 운전자에게 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발전을 했다.

1978년 GM은 캐딜락에 평균연비와 외부온도를 표시하고 나침판 기능이 포함된 트립 컴퓨터를 적용해 인기를 끌었다. 요즘에는 타이어의 압력 정보와 속도 정보, 안전에 대한 경고는 물론이고 자동차의 이상 여부를 진단하고 이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까지 발전을 했다.

트립 컴퓨터에 표시되는 대부분의 정보는 자동차의 각종 전자 및 전기장치와 연결돼 이를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운영이 된다.

트립 컴퓨터의 작동 원리는=트립 컴퓨터의 정확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연비다. 그렇다면 트립 컴퓨터로 제공되는 연비 정보는 어떻게 구현이 되는 것일까.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차속센서와 ECU 정보로 계산하는 것이다. VSS(Vehicle Speed Sensor)라는 차속 센서가 차량의 속도를 측정, 주행거리가 나오면 이를 ECU로 보내준다.

자동차의 휠 회전속도를 통해 VSS 센서가 속도와 거리 정보를 제공하면 연료의 분사를 제어하는 ECU가 인젝터를 통해 분사된 연료의 양을 계산해 연비를 산출해 내는 방식이다.

연비를 산출하는 방식은 대부분의 완성차 메이커들이 동일하지만 이를 보여주는 방식과 종류에는 차이가 있다. 현대차의 경우에는 순간연비를 2초 간격으로 제공하고 그래프 방식은 0.3초마다 변경이 된다.

트립 컴퓨터의 신뢰성=많은 운전자들은 트림컴퓨터의 기능 가운데 표시된 연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 자신이 추정하는 연비와 차이가 많고 인증을 받은 연비보다 높거나 때로는 낮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덴소코리아오토모티브 관계자는 "트립 컴퓨터는 정확성보다는 운전자에게 차량 운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편의장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연비의 경우 운전자의 운전 습관, 차량의 특성, 도로와 기후에 따라 모두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100% 신뢰하기 어렵다"며 "참고 정보 수준에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트립 컴퓨터의 연비값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트립 컴퓨터의 연비 정보를 최대한 정확하게 제공 받기 위해서는 리셋을 통해 구간별 데이터로 평균 연비를 산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도심과 고속도로 같은 각기 다른 특성의 주행 시작전 트립 컴퓨터를 다시 설정해 평균 연비를 산출하면 보다 정확한 연비값을 알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차량을 처음 출고해서 리셋을 한 번도 하지 않았을 경우 연비에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이 상태에서 다른 패턴으로 주행을 했을 경우 그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 회사들이 연비 수치를 높이기 위해 설정값을 낮추거나 조작을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설명도 했다. 이 관계자는 "트립 컴퓨터의 연비 산출 방식은 대부분 동일하며 한 번 세팅이 된 이후에 이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조작하는 일은 불가능 하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트립 컴퓨터의 여러 정보 가운데 가장 유용한 것은 최근 안전과 관련된 것들이다"라며 "차량의 상태를 체크하고 타이어의 공기압 이상 유무 등을 눈여겨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연비정보의 경우 평균 연비보다는 순간연비 정보를 활용해 경제운전을 하면 더 효율적인 운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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