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 테크] 전기차에 '두꺼비집'이 있다?...안전해도 비전문가 취급 절대 금물

  • 입력 2023.07.03 09:32
  • 수정 2023.07.03 09:36
  • 기자명 김아롱 칼럼니스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위키트리
사진=위키트리

전기차는 300볼트(V) 이상의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가정용 전기의 전압은 200V인데요. 가정에서 냉장고, 에어컨, TV 등을 쓰듯, 전기차도 모터를 비롯해 인버터와 컨버터, 에어컨 컴프레서 등 수많은 고전압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기차는 사고 때는 물론 일반적인 유지보수 과정에서도 고전압으로 인한 감전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항상 안전에 유의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직류(DC)의 경우 60V, 교류(AC)의 경우 30V 이상만 되어도 감전 위험이 높은 고전압으로 분류됩니다.

이러한 고전압 시스템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절연장갑과 안면보호구 등 각종 개인 안전 장비와 절연 공구 등 다양한 안전 장비를 갖춰야 합니다. 전기차 정비사도 고전압 시스템의 위험성과 고전압 시스템을 유지 보수하기 위해 시스템의 절연상태 점검 등 전기안전에 관한 절차를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교육받습니다.

많은 자동차 제조사의 전기차 관련 정비 교육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 안전에 할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전기차를 매일 사용하는 운전자들은 감전 위험이 없을까요? 정상적인 전기차라면 이러한 감전 위험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전압 시스템을 사용하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관련 시스템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즉시 고전압을 차단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고전압 관련 시스템 배선은 눈에 띄기 쉽도록 주황색 전선 피복으로 감싸져 있습니다. 이러한 고전압 관련 배선을 함부로 만질 경우 감전으로 목숨까지 잃을 수 있으므로 안전 장구를 갖춘 정비사를 제외한 일반 운전자들이 손대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한편 우리가 흔히 가정에서 형광등이나 전등을 교체할 때 현관 주변에 있는 배전반(일명 두꺼비집이라고도 하지요)을 열어 누전 스위치 또는 메인 스위치를 차단한 후 작업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메인 스위치를 차단하면 집안의 모든 전기 콘센트와 전등의 전원이 차단돼 안전하게 전기기구를 교체할 수 있지요.

또한 전기를 허용 용량보다 과다하게 사용하거나 단선(배선이 끊어지는 것) 혹은 단락(배선이 서로 접촉해 합선되는 현상)될 경우 누전차단기가 작동해 집안이 정전되기도 합니다.

자동차에는 가정집의 누전차단기 대신 각종 전장 시스템의 회로보호를 위해 퓨즈(Fuse) 또는 릴레이(Relay)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퓨즈는 일정 용량 이상의 과전류가 흐르거나 단선 혹은 단락이 발생할 경우 전원을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릴레이는 회로 또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전원을 차단하거나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요.

이러한 퓨즈와 릴레이를 한곳에 모아 놓은 것을 퓨즈블록(또는 퓨즈박스)라고 하는데 통상적으로 엔진룸과 실내 운전석 하단 또는 좌, 우측 대시보드와 도어 사이 등 2~3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동차의 전장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퓨즈블록 대신 정션블럭(Junction Block, 혹은 정션박스)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정션이란 ‘연결 또는 접합’이라는 뜻으로 퓨즈나 릴레이 등을 한곳에 모아놓아 점검이나 정비를 용이하게 할 뿐 아니라 자동차의 각종 전기 및 전장 시스템에 전원을 분배(배전)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전기차에는 이러한 내연기관차에 쓰이는 정션박스 외에도 고전압 시스템으로부터 정비사나 운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터록(Interlock)이라고 불리는 특유의 고전압 전원 차단장치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인터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고전압 배터리 자체의 전원을 차단하는 고전압 차단회로와 전기모터와 인버터, 전동 에어컴프레서 등과 같은 고전압 시스템을 차단하는 회로와 같이 이중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우선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와 고전압 시스템 등을 점검하거나 수리할 경우에는 고전압 배터리에 설치된 서비스 플러그(Service Plug) 또는 MSD(Manual Service Disconnect, 수동 전원 차단장치)라고 불리는 장치를 제거합니다. MSD는 고전압 퓨즈와 인터록 기능이 내장한 전원 차단장치인데요.

일반적으로 뒷좌석 시트 아래쪽이나 2열 시트 아래쪽 바닥, 또는 차체 하부의 고전압 배터리 등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부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의 경우 엔진룸에 녹색 또는 주황색으로 표시된 MSD 커넥터를 탑재해 고전압 배터리의 MSD를 제거하지 않고도 간단한 점검, 정비가 가능하게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MSD는 정비사들이 고전압을 사용하는 전기차를 정비 또는 수리할 때 감전 위험을 줄이고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고전압 회로를 신속하게 차단해 주는 역할을 하므로 운전자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이 정비사들에게 반드시 장착 위치와 차단 절차를 고지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고전압 시스템을 연결하는 고전압케이블 커넥터에도 인터록 스위치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고전압 시스템 커넥터가 빠지거나 제대로 체결되지 않을 경우 인터록스위치가 이를 감지해 고전압회로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기차의 사고로 인해 에어백이 작동하는 등 충돌 신호가 발생할 경우에도 인터록이 자동으로 고전압 시스템의 전원을 차단해 줍니다. 배터리를 충전할 경우에도 충전커넥터가 제대로 체결되지 않거나 충전기에 이상이 감지될 경우 인터록이 전원을 차단하는 역할도 하지요.

한편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러한 인터록이 제대로 작동하더라도 전기차 사고 때 소방사나 응급 구조요원이 운전자와 탑승자를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도록 긴급 전원 차단을 위해 고전압 관련 배선을 절단할 수 있는 위치를 차량에 표시하고 고전압 차단 절차를 교육 및 안내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