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쏘나타 디 엣지, 대중을 굽어 살펴 다시 국민차로 돌아오라

  • 입력 2023.05.12 08:00
  • 수정 2023.05.12 08:1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상 중에서도 짧은 것이 요즘 보기가 좋다. 1분 이내에 참 많은 것을 담는다. 부동산을 소개하는 1분 영상도 등장했다. 주택 외관부터 전실, 주방, 거실 필요하면 2층 그리고 옥상과 테라스까지 짧은 영상에 담는다. 짧지만 보여줘야 할 것을 빠짐없이 보여준다.

언제부터 뜨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중국 여성의 메이크업 영상이 요즘 1분 영상으로 자주 노출된다. 맨얼굴로 시작해 힙한 셀럽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코믹한 배경음악과 함께 담았다. 같은 사람인데도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전혀 다른 사람이 등장한 것 같은 듯 착각이 들 정도다.

쏘나타가 '쏘나타 디 엣지'로 그런 변신을 했다. 8세대 등장 이후 4년 동안 지독하고 잔인하게 혹평받으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더니 노련하고 마술 같은 메이크업 덕분에 힙한 셀럽으로 돌아왔다. 1분 영상의 메이크업 전과 후 처럼 이전 쏘나타의 흔적을 전혀 찾아 볼 수 없게 확 변했다. 

신차급 변경이라는 억지스러운 표현에 공감을 하고도 남을 정도다. 원래부터 미려한 라인을 가진 쏘나타지만 째진 눈, 합죽이, 메기 따위의 혹평을 듣고 살았다. 그런데 쏘나타 디 엣지 전면부는 이제 현대차 시그니처로 자리를 잡은 수평형 램프 그리고 고성능 세단처럼 엣지있는 라인들로 가득 채워졌다. 

날카롭고 두툼한 라인, 패턴을 최소화한 프런트 그릴은 적당히 공격적이다. 안쪽으로 방향을 잡고 몰려들었던 전면부 라인들이 바깥쪽으로 퍼져 나가게 하고 수평형 램프 효과가 더해져 전폭이 제원보다 더 넓어 보이기도 한다. 후드에서 루프, 그리고 트렁크 리드로 이어지는 측면 라인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

모델에 따라 다르기는 해도 휠 디자인에 디지털 감성을 담은 것도 잘한 일이다. 신형 아반떼와 다르지 않은 'H 라이트'가 적용된 후면부는 아쉽다. 이전 쏘나타, 아반떼, 아이오닉 5를 오마쥬한 흔적들이 너무 뚜렷해 잡탕 같다. 취향으로 보면 옛것이 더 낫다.

실내는 12.3인치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하나로 묶은 커브드 디스플레이, 버튼식에서 컬럼식으로 자리를 옮긴 시프트, 로고가 빠진 심플한 스티어링 휠로 변화를 줬다. 센터패시아, 콘솔부는 자연스럽게 깔끔해졌다. 모델에 따라 대시보드 포인트 소재의 마무리를 각각 다르게 한 것도 인상적이다.

N 라인은 전면 그릴과 앞 휀더의 에어덕트 그리고 시트 등받이에 별개의 앰블럼을 배치하고 시트와 대시보드는 붉은 스티치와 라인으로 엑센트를 줬다. 이런저런 편의사양의 추가와 기본화도 이뤄졌다. 쏘나타 디 엣지 전 트림에 차량을 항상 최신 사양으로 유지할 수 있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가 기본 탑재됐다.

디지털 키 2와 빌트인 캠 2, 현대 카페이와 같은 편의사양 그리고 애프터 블로우를 적용해 시동을 끌 때마다 매캐한 냄새에 시달리는 일도 없게 했다. 그 밖의 장비와 외관 그리고 공간의 수치는 이전과 다른 것이 없다.

파워트레인 규격과 제원에도 변화가 없다. 굳이 따지고 들자면 가솔린 1.6 터보 배기량이 1598cc에서 1591cc, 가솔린 2.0 복합 연비(17인치)가 12.3km/ℓ에서 12.5km/ℓ, LPI 2.0에서 19인치 타이어가 운영되지 않는 정도의 미세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주행 질감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승차감, 가속력을 개선했다고 하는데 무딘 탓인지 좀처럼 읽히지 않는다. 1.6 터보 운전대부터 잡았다. 최고 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kgf·m의 성능 제원을 갖고 있는 모델이다. 처음 나왔을 때 세계 최초로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CVVD)을 탑재해 주목받았다.

밸브가 열리고 닫히는 시간을 주행 상황에 맞춰 자유롭게 제어해 연소 과정을 최적화하고 열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시스템, 덕분에 예전이나 지금 모두 순간 가속력, 반응이 빠르고 경쾌하다. 가속 페달을 거칠게 압박해도 엔진 질감이 고른 것도 다르지 않다. 이어서 시승할 가솔린 2.5 터보를 1000만 원 더 주고 살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오산이다. 290마력, 43.0kgf.m이라는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가 주는 중량감 부터가 다르다. 속력을 키우면 스티어링에 적당한 무게감이 실리고 섀시 피드백 감성까지 달라진다. 가능한 한 힘을 다해 더 높은 속력을 요구해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속력이 상승하는 맛,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엔진의 질감 모두 맛깔스럽다.

고질병은 고쳐지지 않았다. 부드러움을 지나치게 강조한 서스펜션 튜닝으로 차체 움직임이 크다. 올바른 자세로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거친 코너링에서 흐트러지는 일도 잦았다. 차분해야 하는 패밀리 세단의성격에 맞지 않는 지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차체의 자세 유지 능력은 위급할 때, 그리고 장거리 운전 피로도에 영향을 준다.

[총평] 데이터를 살펴보면 올해 중형 세단 경쟁에서 쏘나타는 기아 K5에 상당한 격차로 부진했다. 1월부터 4월까지 K5는 1만 1373대, 쏘나타는 9226대에 그쳤다. 중형 세단의 절대 강자로 불렸던 쏘나타가 부진에 빠지기 시작한 건 2019년 8세대 출시 이후부터였다. 생긴 것을 탓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보다는 국민차 쏘나타를 느닷없이 특별한 차로 둔갑시킨 마케팅의 역효과도 있었다.

성공한 사람은 그랜저를 탄다고 하지 않았나. 쏘나타 디 엣지가 중형 세단 시장에서 기아 K5와 경쟁하려면 따라서 타깃을 수정해야 한다. 성공했든 전문가든 특별한 계층이 관심을 가질 리 만무한 차가 쏘나타다. 대중을 타깃으로 마케팅해야 다시 국민차로 돌아올 수 있다. 쏘나타 디 엣지 시작 가격은 2787만 원(2.0 가솔린 프리미엄), 가장 인상적인 2.5 가솔린 터보는 3888만 원부터 시작한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